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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여행/체험

길이 주는 위안, 대부도에서 어섬 가는 길2

 

 

시화방조제의 배수 갑문을 지나 대부도로 진입하기 전에 좌회전을 하면,

시화호를 끼고 달릴 수 있는 2차선 도로가 눈앞에 펼쳐진다.

소박하지만 따사롭고 오붓하다.

아직은 차량 통행이 많은 편이 아니어서 혼자만의 고요를 만끽할 수 있는 길이다.
그 길을 지그재그를 그리며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조그만 섬에 다다른다. 바로 어섬이다.

 

 

 

 

 

 

 

 

 

왼쪽으론 호수가 오른쪽으론 갯벌이, 거기에다 틈틈이 비행기와 새까지 친구가 되어 준다.
창문을 활짝 열고 평온한 바람과 햇빛을 쐬며 이 길을 달리다 보면,

도로 곳곳에 차를 세우고 낚시를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나는 이 세 가지를 한번에 한 적이 있다. 바다를 보며 낚시를 하면서 사진을 찍었었다.

 

그 시절이 벌써 옛날이 되었다.

박제되었던 기억들이 길을 지날 때마다 팔딱팔딱 살아나는데, 어째 기분이 흐뭇해지질 않고 씁쓸해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부드럽게 출렁이는 시화호 위로 유유히 날고 있는 새와 비행기가 따스한 미소를 건넨다.

 

 

 

 

 

 

시화호는 경기도 안산시와 시흥시, 화성시에 둘러싸인 인공호수라고 한다.
시화방조제 건설로 어섬도 연육도(連陸島)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이 근처에는 연육도가 참 많다.

누에섬으로 유명한 탄도에서부터 인천의 영흥도까지.

 

쪽빛 호수와 푸른 하늘을 이고 열지어 서 있는 방조제를 보니, 문득 내 안에도 든든한 방조제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방조제가 없으니, 바닷물이 조금만 높게 밀려와도 감당해 내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

후유, 긴 숨을 내쉬며 덩달아 시퍼렇게 독이 올랐던 마음도 뱉어낸다.

 

 

 

 

 

 

 

내비게이션을 끄고 기억에만 의지하여 달려온 길. 그 길 중간쯤에 차를 멈추고 내렸다.
오늘을 기준으로 지나온 길과 가야 할 길이 양쪽으로 뻗어 있다.
양쪽 길을 번갈아 쳐다보며 길이를 재 보려다가, 그러고 있는 내가 한심해져 피식 헛웃음이 나왔다.
잠잠히 고개를 들어 시야를 멀-리 길 끝으로 두니, 시끄러웠던 마음이 일순 잠잠해진다.

 

수십 갈래의 길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것이 삶이다.
시간에 편승하여 낡아 가는 길이 있고, 한길로 연결된 수많은 샛길이 있고, 말갛게 꽃단장하고 나타난 새 길이 있다.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고 제 길로 들어서는 것은 그러므로 사는 내내 자신만이 풀어야 할 숙제다.

 

사람처럼 길 또한 그 길만의 향기가 있다.
세월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오래된 길가에 서서 코를 킁킁거린다.
그때 어디선가 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두리번거리지 마, 나는 늘 여기 있는걸!"  
-끝-

 





* 대부도(島)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대부동에 딸린 섬으로 시화방조제로 연결되어 육지가 되었다. 서해안에서 제일 큰 섬으로, 큰 언덕처럼 보인다고 하여 대부도라고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연화부수지, 낙지섬, 죽호 등의 전래 지명이 전해지고 있다. 오이도와 시화방조제로 연결되어 있어 자동차로 통행이 가능하며, 하루 2번 바닷물이 빠지면서 넓은 개펄이 드러난다. 주변에는 선감도, 불탄도, 풍도, 육도 등 5개의 유인도와 중육도, 미육도, 말육도, 변도, 잠도, 흘관도, 터미섬, 큰터미섬, 할미섬, 외지도, 대가리도, 소가리도 등 12개의 무인도가 있다.


* 시화방조제(堤) : 시흥시 정왕동의 오이도와 안산시 대부동의 방아머리를 잇는 방조제로, 길이 11.2km이며 농어촌진흥공사가 대단위 간척종합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1987년 6월부터 1994년 2월까지 6년 반에 걸친공사 끝에 완공했다. 시화방조제에는 홍수시 초당 약 4,000t의 홍수량을 배제할 수 있는 배수갑문 2개소를 비롯해 길이 20 km, 폭 8 m의 진입도로와 어도() 1개소, 통선문 1개소, 선착장 5개소, 제염암거 등이 설치되어 있다. 이 방조제의 건설로 국토확장은 물론, 1억 8000t의 수자원이 확보되어 주변 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게 되며, 방조제 공사에 따른 해안선의 직선화로 98km의 해안선이 단축되었다.


* 어섬(島) : 송산면의 마산포 선창에서 약 1㎞, 대부도 동쪽 2㎞ 지점에 위치한 섬이다. 섬 이름은 예부터 고기가 많은 섬이라 하여 붙여진 것. 1994년 시화지구 간척사업으로 육지와 연결되기 전까지 이 섬 주위에는 인근 마산포와 더불어 대규모 어장이 형성되어 있어서 주민들은 대부분 농업과 수산업을 겸하였다. 지나친 개발로 인해 어장으로서의 기능이 완전히 상실되었지만, 해안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푸른 소나무 숲이 아직 남아 있어 관광지로 인기가 있다. 서울에서도 그리 멀지 않아 사진 촬영과 그림 스케치 장소로 이용되며, 초경량 비행기 훈련장소로서 동호인들이 많이 찾는다.

- 두산백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