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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여행/체험

짙푸른 강산의 눈부신 속삭임, 단양 3

 

 

얼핏 소백산이 부르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졸린 눈을 비비며 무엇엔가 홀린 듯 밖으로 나가니, 빈 빨랫줄 너머로 웅장한 산세의 소백산이 말을 걸어온다.

"상쾌한 아침! 씩씩하게 또 하루 걸어가 봐야지, 오늘이 늘 새날임을 기억하면서!"

사람을 살리는 산이라고도 불리는 소백산 자락에서, 청명한 바람을 맞으며 바라본 풍경은 그 자체가 감동이다.

 

 

 

펜션 주변 풍경. 길가에 피어 있는 접시꽃과 금계국이 이른 아침부터 마음을 깨운다.

온달과 평강 가로등이 미소를 짓게 한다. 요즘은 도시마다 그 특색을 살린 가로등이 설치돼 있어, 가로등만 찍어도 기념이 될 듯하다.

 

단양의 아침 공기를 가슴 깊이 들이마시며 서둘러 길로 나선다.
아침 햇살로 반짝반짝 윤기가 흐르는 단양의 멋진 길들이 다시 마중을 나와 있다.
단양의 오랜 역사를 알 수 있는 수양개 선사유물 전시관으로 가는 길이다.

 

  

유구한 역사로의 초대여서 그럴까. 길조차도 예스럽다. 신호등이 있는 동화 같은 터널도 한몫 거둔다.

파란불일 때 통과해야지만 터널 안에서 후진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딱 관광버스 한 대가 지나갈 수 있는 너비다.

 

수양개 선사유적지는 단양 적성면 수양개 마을 일대에서 발굴된, 후기 구석기시대에서 초기 철기시대까지의 유적을 모아놓은 곳이다.

1980년 충주댐 수몰지역 지표조사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는데, 그 후로도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석기와 집터, 취락 유적 등이 확인되고 있다.

이곳은 남한강의 충적지에 자리함과 동시에 강을 끼고 있어,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기에 적당한 곳이었다고 한다.
특히 집터의 구조가 독특하여 당시의 문화 및 생활상 연구에도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수양개 선사유물 전시관의 내외부 모습. 깔끔한 데다가 만든 이들의 자부심과 성의가 느껴졌다.

 

 

돌을 주먹만 한 크기로 다듬은 후 짐승의 힘줄 등에 묶어 원심력을 이용해 던지던 사냥돌과, 돌날을 화살촉처럼 만들어 나무 자루에 꽂아 사용하던 슴베찌르개. '슴베'란 칼, 괭이, 호미 따위의 자루 속에 들어박히는 뾰족하고 긴 부분을 뜻한다.

 

 

 

실내 전시장을 돌고 나오니,

취락 유적이 발견된 곳답게 야외 곳곳에 당시의 생활상을 재현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앉아서 돌을 다듬거나 사냥을 하고 있는 인물상 사이를 걷다 보니,

어느새 시공을 초월해 원시의 세계로 빠져든 듯하다.

 

 

 

 

그중 한 사람의 뒤를 살금살금 쫓아가 그의 족적을 살핀다.
지금 내가 밟고 있는 이 땅이 그들이 살았던 땅과 같은 곳이라는 사실이, 당최 실감나지 않는다.
옛날옛적의 누군가도 바라보았을 단양의 하늘과 기나긴 역사가 흐르는 땅 위에 서 있자니,
세월의 위대함에 가슴이 다 먹먹해진다.

 

단양의 원시림을 헤치고 나오니, 남한강을 가로지르며 나란히 놓여 있는 두 개의 다리가 보인다.

 

그 모습이 흡사 과거를 현재로 이어 주는 관문처럼 느껴졌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중 하나이며 단양의 제9경으로도 불리는 단양대교와,
2009년 개통되어 단양팔경을 더 편히 둘러볼 수 있게 해준 적성대교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 건너는 다리가 적성대교이고, 왼쪽에 보이는 다리가 단양대교이다.

단양대교는 교각 높이가 103미터로, 국내 다리 중 최고 높이를 자랑한다고 한다.

 

현재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때가 일렀던 걸까.
다리를 건너자 또 하나의 선경인 삼선구곡(三仙九曲)이, 계곡을 휘감는 청량한 물소리로 나그네를 맞는다.
삼선구곡은 '신선이 노닐다 간 자리'라 하여 퇴계 이황의 극찬을 받던 곳으로, 선암계곡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신선이 휘리릭 조각해 놓은 듯한 바윗돌들이 굽이굽이 계곡물을 수놓고 있다.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이다.

 

 

 

단양팔경 중 제6경인 하선암. 3단으로 이루어진 희고 너른 바위 위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위풍당당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 웅장한 형상이 미륵 같다 하여 부처바위[佛巖]라고도 부른다.

 

조선시대부터 신선의 놀이터인 이 하선암의 절경을 그리기 위해 화공(畵工)들의 발길이 멈추지 않았다고 하니,
보고 느끼고 감동하는 것은 그제나 이제나 매한가지인가 보다.

 

하선암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빨간 구름다리가 삼선구곡의 중심지인 중선암으로 이끈다.

 

단양팔경 중 제7경인 중선암. 바위에 새겨진 글귀가 중선암이 지닌 천연의 비경을 대변해 준다.

단양, 제천, 영춘, 청풍 네 개의 군 중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이 가장 아름답다는 뜻의 '사군강산삼선수석(四郡江山三仙水石).'
1717년 충청도 관찰사로 재임하던 윤헌주의 글을 새긴 것으로, 삼백 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뚜렷이 알아볼 수 있다.

 

 

 

두 마리의 용이 계곡을 오르는 듯한 쌍룡폭포와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옥렴대,
거기에다 300명도 넘는 중선암에 반한 선인들의 이름이 옥빛 바위 위에 새겨져 있으니,
아무리 세월이 흐른다 한들 태고 때부터 단양의 바람과 산과 하늘과 물이 빚어낸 중선암의 절경에 변함이 있으랴 싶다.
눈을 감고 삼선구곡을 굽이쳐 흐르는 물소리에만 귀를 기울인 채, 학같이 맑고 깨끗한 상선암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단양팔경 중 제8경인 상선암. 절묘하게 생긴 기암괴석과 1급수의 맑은 물이 어우러져 진풍경이 펼쳐진다.

 

 

 

신선과 놀던 학은 간 곳이 없고
학같이 맑고 깨끗한 영혼이 와닿는
그런 곳이 바로 상선암일세.

 

조선 명종 때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였던 권상하가 지은 詩이다.

흠흠, 상선암의 맑은 물로 묵은 때도 말끔히 씻었으니, 이만하면 학은 못 되어도 뱁새쯤은 되지 않으려나. ^^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을 이어주는 59번 국도는 길마저도 신선이 놓은 듯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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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수양개선사유적 / 문화유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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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군 적성면 애곡리 182-1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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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 적성면 수양개에 있는 후기구석기시대에서 초기철기시대에 걸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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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암 /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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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군 단성면 가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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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8경 중 하나로 삼선구곡을 이루는 심산유곡의 첫 경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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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8경 중 하나로 조선 효종조의 문신인 곡운 김수증 선생이 명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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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선암 /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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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8경 중 하나로 충북 단양군 단성면 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