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빗방울이 맺히는 걸 보면 그냥 지니치지 못할까.
조금 나아가거나 조금 물러나거나
무언가 얻거나 무언가 잃거나
하나에 만족하거나 둘에 불만족하거나
마음이 아프거나 몸이 아프거나,
분명 모든 게 다 뚜렷한 경계가 있는데.
그 경계를 허물며 비가 내리고
그 빗속에서 낭만과 서정이 눈이 맞아
훅 하고 지나간 젊은 날의 추억이
투명한 방울꽃으로 거꾸로 매달려서일까.
아니면 딱 그 경계선에 금을 밟고 서서,
때로는 차디찬 금속에 때로는 짙푸른 초록에
대롱대롱 위태롭게 매달려서는
언제 어디서가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가 더 중요한 것임을
어리보기처럼 자꾸만 까먹기 때문일까.
그러면 좋다.
나는
언제 어디서
그리고 무엇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그것만 알아내면 게임 세트다.
과연 죽기 전에 알 수 있을까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스치고 지나치는 것보다야
백 배는 낫다.
자, 나는 어느 쪽인가?
금속이냐 초록이냐
행복이냐 불행이냐
자, 당신은 어느 쪽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