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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총총] 편지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


<행복한 동화> 중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

(앗, 동영상이 희미하네요. 선명하게 보시려면 이곳으로 → http://youtu.be/53zMYHpfmSE)

 

  이틀 밤을 새우고도 일을 마무리 못해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였어요.

  영상 하나가 휴대 전화로 날아들었습니다.

  잔잔한 음악과 감동적인 이야기가 그곳에 담겨 있더군요.

 

  노교수가 강의시간에 책 대신 투명한 플라스틱 통을 교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러고는 투명한 통 속에 탁구공을 가득 채워넣고는 학생들에게 물었습니다.

  "다 찼습니까?"

  학생들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탁구공이 가득 차 있는 통 속에 다시 자갈을 한가득 부었습니다.

  그러고는 또 물었지요.

  "자, 이번에도 다 찼습니까?"

  학생들이 또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 다음에는 모래를 부으며 또다시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자, 다 찼습니까?"

  역시 그렇다고 하자, 마지막으로 노교수는 뜨거운 홍차 한 잔을 통 속에 쏟아부었습니다.

  홍차가 모래틈으로 스며들자 그 흥미로운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학생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흠, 저는 여기까지 보고 생각했지요.

  탁구공을 필두로 자갈과 모래 그리고 홍차 한 잔이 차례차례 통 안에 다 들어가는 것을 보고요.

  '인생이란 게 다 채워진 듯 보여도, 얼마든지 다른 것으로 더 채워넣을 수 있다는 얘기를 하나 보군.'고요.

  그러니까 더 이상 뭔가 할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질 때도,  한 번 더 힘을 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라는 그런 얘기일 것이라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됐습니다.

 

  웃고 있던 학생들이 잠잠해지자 노교수가 말했습니다. 

  "이 통은 여러분의  인생입니다. 탁구공은 가족·건강·친구이고, 자갈은 일과 취미며, 모래는 그 외의 자질구레한 일들이지요. 만약 통 속에 모래를 먼저 넣었다면 탁구공도 자갈도 들어갈 수 없었을 겁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질구레한 일만 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고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순서를 정해 보라고 했습니다.

 

   아, 저는 '바로 이거였군! 하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

   잘 안 써지는 원고 때문에 지진이 났던 머릿속이 한순간에 맑아지면서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오늘부터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대화를 나눠보세요. 사랑하는 친구들과 즐거운 만남 시간을 갖고, 열심히 운동하면서 자신의 건강을 돌보십시오. 맡은 바 일에 충실하면서 취미생할을 갖는다면 분명 여러분의 삶은 윤택해질 겁니다."

  교수의 얘기가 끝나자 한 여학생이 질문했습니다.

  "그렇다면 교수님, 마지막에 부은 홍차는 뭔가요?"

  노교수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그것은 여유입니다. 모두들 기억하세요. 아무리 바쁜 인생에도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여유는 있다는 것을요."

 

  와, 저 역시 학생들과 함께 눈으로도 마음으로도 깨닫게 해준 노교수의 가르침에 뜨거운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고는 당장 그 가르침을 실행으로 옮겼지요.

  머리를 쥐어뜯게 만들었던 일들을 잠시 밀쳐두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요.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마감을 삼일이나 넘겼는데도 독촉 전화 대신 이 감동적인 영상을 보내준 사람의 마음을요.

  순간 피식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그 사람의 고단수에 단단히 걸려든 것 같았거든요.

  왜냐하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신 그날부터 어제까지, 컴퓨터 앞에 딱 달라붙어 정말이지 열심히 일만 했으니까요. hoho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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