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에의 곳간] 리뷰

[소설] 암스테르담 - 이언 매큐언

 

1999年7月2日 초판1쇄본 / 현대문학 / 이언 매큐언



"당신에겐 친구가 있습니까?"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도는 질문이었습니다.
인디언 말로 친구란 '내 슬픔을 자기 등에 메고 가는 사람'이라지요.


당신에겐 당신의 슬픔과 고통을 대신 짊어지고 걸어가 줄 친구가 있습니까?
그런 친구는 몇몇 있으시다고요?
그렇다면 당신의 기쁨과 성공을 함께 나눌 친구는요?

어찌 된 일인지 인간은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을 나누는 데 인색합니다.
남의 불행을 슬퍼하긴 쉬워도 남의 성공을 내 일처럼 기뻐하긴 어려우니까요.
인간의 가장 인간적인 본성, 질투 때문입니다.

이 책은 그런 친구들의 얘기이면서 인간의 본성에 관한 얘기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숨기려고 애를 써봐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나게 되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치졸한 본성 말이지요.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질문의 화살은 결국 친구들이 아닌 저 자신에게 쏟아졌습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친구인가?" 하고.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무릎을 여러 번 쳤습니다.
탄탄한 구성, 힘 있는 문체, 적확한 심리묘사,
이언 매큐언!
잘 씁니다. 마음에 쏙 듭니다. 계속 친구해야겠습니다.

 

 



# 줄거리 #

 

갑자기 식물인간이 되어 초라하게 생을 마친 한 여자.

그 여자의 장례식에 나타난 세 명의 정부와 남편.
정부 중 한 명은 차기 총리를 노리는 정치인이고,
나머지 둘은 서로 친구이면서 작곡가와 신문사 편집국장인 클라이브와 버넌.
작곡가와 편집장의 시선이 서로 교차되면서,
동시에 교향곡을 작곡하는 과정과 신문기사가 작성되는 과정이 상세히 묘사된다.
여기에 남편이 제공한 한 장의 사진이 주 소재가 되어,
각각의 입장과 생각들이 대치되면서 이야기에 흥미를 더한다.
결국 가장 친한 친구였던 두 사람은 끝내 화해하지 못한 채, 암스테르담에서 서로를 독살하려 하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거의 17년 동안이나 경멸해 왔던 정부 아래서 대단한 부와 영향력을 쌓아왔으며 대단히 번창해 왔다.

<우리 세대를 이야기 하자.>

그러한 에너지, 그러한 행운. 사회가 자리를 잡아가는 전후의 분위기 속에서 정부가 주는 젖과 주스를 먹고 자라고,

부모들의 소박한 번창에 의해 부양되고, 이어 완전 고용의 시대를 맞게 된 세대. 새로운 대학, 밝은 표지의 보급판 책들,

로큰롤의 전성시대, 알맞은 이상.

이 세대는 자신들이 타고 올라온 사다리가 부서졌을 때, 정부가 젖을 떼고 잔소리를 해대기 시작했을 때,

이미 안전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이들은 사회의 중추세력으로 자리를 잡아 이런저런 것들을, 예컨대 기호와 의견과 재산 등을 형성했다.

아마도 그것은 그들의 우정에 항상 있어온 어떤... 불균형의 전형적인 예일 것이다.

클라이브가 마음 한구석에서 느꼈었지만,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스스로를 탓하며 언제나 마음속에서 몰아냈던

그 불균형 말이다...
그랬다. 그들의 우정은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친구로서 지내왔지만, 그러나 그 중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러한 불균형은 버넌의 수동적인 성격과 자기 일에 몰두하는 버릇 때문에 초래된 것이라고

너그럽게 설명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젯밤 이후로 클라이브는 그러한 성격과 버릇은 보다 큰 한 가지 사실의 요소들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싶어졌다.
그 사실이란 바로 버넌의 원칙의 결여였다.

이 방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대다수가 한때는 문제의 사진을 싣는 것에 반대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자신은 그 점을 고맙게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어느 면에서 저널리즘은 과학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즉 가장 좋은 생각은 지적인 반대를 이겨내고 살아남는, 또한 지적인 반대에 의해 강화되는, 그런 생각인 것이다.

살아오는 동안 좋은 것이라고는 어떤 것도 만들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창조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놈.

증오의 대상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놈.

자신의 편협한 고지식함을 도덕적 입장이라 내세우지만, 알고 보면 오물에 몸을 푹 담그고 있는 놈...

가머니 같은 상처 받기 쉬운 바보를 파멸시키고, 황색 신문의 증오의 코드를 불러내고,

또한 자신은-이 점이 가장 가증스러운데-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어떤 숭고한 목표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면서,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얘기하는 놈...

 

클라이브가 목요일에 쓰고 금요일에 부치면서 의도했던 의미는 '자네는 해고되어도 싼 자식이야!'였다.

그러나 화요일에 해직의 후유증 속에서 버넌이 이해한, 그렇게 이해할 수밖에 없었던 의미는

'자네는 해고되어도 자식이야!'였다.

뭔가 조처를 취해야 했다.

버넌의 그러한 결심을 굳건히 지탱해 주는 것은 세상이 자신을 부당하게 취급하고

자신의 인생이 파멸의 상태에 빠진 이때에 자신을 누구보다도 더 부당하게 취급하는 녀석은

오랜 친구인 클라이브이고, 이것은 용서할 수 없는 것이라는 그의 인식이었다.

클라이브는 미쳤다.

정의롭지 못한 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서 복수심이 의무감과 효과적으로 결합하는 경우가 종종 일어난다.


- 본문 中에서.


 


암스테르담

저자
이안 맥완 지음
출판사
현대문학 | 1999-07-0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98년 부커문학상을 수상한 영국작가의 장편. 죽은 애 인을 사이...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