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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일기] 책 이야기

가로 세로 1cm 한글 붓글씨의 세계

  

새로 일하게 된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맡은 책은, 서예가 한한국 작가님의 《평화대통령 한한국》이었다.

저자와의 인터뷰를 위해 토요일 오전부터 출판사가 있는 화곡동에 들렀다가,

상계동에 위치한 자그마한 절로 이동해 또 다른 저자와 인터뷰를 한 후, 다시 한 작가님의 댁이 있는 김포로 향했다.

나로서는 저자들과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라 살짝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도 전에 해오던 일이었기 때문에, 얼마 안 가 긴장감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워졌다.

학습된 습관이란 참 무섭다. 시간은 흘렀어도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니.

 

한 작가님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인사동의 어느 화랑에 온 듯했다. 

벽마다 크고 작은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거실을 한 바퀴 돌며 눈으로 확인하니 팸플릿으로 볼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세계평화작가'와 '서예회화 예술가'라는 두 가지 명칭으로 불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새로운 세계를 안는 것은, 그것도 자신과는 다르게 살아온 사람의 인생과 예술을 통하여 새 세계를 접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특별하고 가슴 설레는 체험임에 틀림없다.

 

  2012년 11월 11일 초판 1쇄본

 

 

 

이 책 《평화대통령 한한국》의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았다.

세계 각국에서 극찬을 받으며 '세계평화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기까지 우직하게 걸어온 그의 삶과 예술철학을 엿보는 것,
그리고 피와 눈물로 점철된 그의 작품들이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를 재조명해 보는 것.
그러므로 작품 설명 못지않게 그의 인생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인터뷰를 진행해야 했다. 
 
인터뷰 시작 전에 한 작가님이 거실 바닥에 초대형 작품을 펼쳐놓았다.
작품이 너무 커서 끝까지 펼칠 수도 없는 상태였다. 그 크기만으로도 이미 입이 떡 벌어졌다. 
그의 작품은 주로 특별 주문제작한 초대형 한지(한 장에 수백만 원을 호가한다) 위에 그려진다. 
한지는 그 특성상 밑그림을 그릴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글이 앉은 가로세로 줄이 한 치의 어긋남이 없었다.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데, 가로세로 1cm의 작은 붓글씨라 무릎을 꿇어야만 쓸 수 있다고.
때문에 무릎은 물론이고 팔과 어깨까지 어디 한 군데 성한 데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마지막 한 획이 끝날 때까지 극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해서, 작품이 끝날 때마다 만신창이 되기 일쑤라는 것. 
말 그대로 뼈를 깎는 고통을 겪어야만 완성되는 작품들이라는 것이다. 작가의 표현처럼 절절한 기도라 할 만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완성된 대표적 작품이 아래의 <한글세계평화지도>이다

 

 

  <한글 세계평화지도>(5m×3m50cm) - 세계최초의 한글로 이루어진 UN세계평화지도, UN헌장 전문기록, 한글 약 4만 자.

 

 
 <한글 세계평화지도> - 그의 작품은 독특하다. 여섯 개의 한글 서예체를 개발하여,

 글자를 붓으로 그리는 평화지도 서예회화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위는 '한한국 평화체'.

 

 

인터뷰가 시작되자 저자 부부가 낡은 노트를 한아름 들고 나왔다.

그러고 나서 지극히 상식적인 나로서는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지금까지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신의 계시를 받는 꿈을 꿔왔다는 것이다. 

그 꿈에 얽힌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적어놓은 노트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해도, 예를 들어 집을 팔거나 사채업자들한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그 계시만을 믿고 작품을 시작하고 완성해 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수 설운도 씨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까지.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었다. 

이 부부의 삶과 남겨진 작품이 그 증거였으니, 사실 내가 믿든 말든 그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쯤에서 그의 투혼이 린 20여 년의 삶을 살펴봐야갰다.

그는 1997년부터 가로 1m80cm, 세로 2m70cm 한지 위에 전국 9개의 도를 그리기 시작했고, 2003년까지 1cm 세필 붓글씨 13만8천 자의 시로 애향심와 동서화합을 담았다. 2002년에는 경기도를 시작으로 기증 투어를 나섰다.

그 후 세계로 눈을 돌려 5m미터 크기의 한지 위에 UN 헌장 전문과 199개 가입국의 문화와 역사를 4만여 한글 붓글씨에 담아 세계지도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 성과로 2008년 4월 뉴욕에서 단독으로 1달간 세계평화 특별전을 열게 됐다. UN 본부에 기념관을 둔 22개국 각각의 대형 한글지도에 해당국 관계자는 물론 세계의 예술가들이 열광했다. 한글이 평화와 화합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UN본부에서는 그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작가로 인정했다.

귀국 후에는 뉴욕 특별전에 전시된 각국의 지도를 축소해서 접시모양의 도자기에 담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UN본부 22개국에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 기증 받기를 거절했다. 독도가 없는 일본 지도였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수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현충일에 뜻밖의 연락을 받았는데, 일본이 수락하기로 하면서 기증증서에 싸인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독도가 없는 일본을 인정한 일본정부 최초의 공식 문서가 되었다. 이로써  그는 한국을 제외한 UN본부 21개국 전체로부터 세계평화지도 기증증서를 받는 신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우리는 하나>(4m50cm×7m) - 5년 동안 혼신을 들여 제작한 세계최대 한반도평화지도. 
  이 작품에는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남북한을 대표하는 
  시인의 글과 함께 이산가족의 수기공모 당선작 등 8만 자의 한글이 담겨져 있다. 
  2008년 뉴욕세계평화 특별전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그 해 9월 북한에 기증되었다.
 

 

  <희망대한민국>(7m×4m50cm) - 대한민국기록문화 대상을 수상한 그의 역작.
 

 

  <희망대한민국> - 한글을 매개체로 하여 대한민국의 희망의 등불을 밝히고, 
  한글의 세계 브랜드화를 이끈 작품. 제헌헌법 전문과 윤소천 시인의 시를 포함해 약 6만자의 한글로 채워져 있다.

 

 

  <Dokdo Korea>(6m×3m) -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도는 대한민국 땅임을 서명날인 한다는 의미로, 

  태극모양에 7만 번 손 직인을 찍어 완성한 작품.

 

 
  <중국평화지도>(7m×4m50cm) - 중국 역사상 최초의 한글 지도.
 
 
그가 쓴 한글 1cm 세필은 지금까지 약 200만 자에 이른다고 한다.
현재 그는 작품활동 외에도 세계평화 홍보대사, 대한민국 나눔 홍보대사, 한식홍보대사 등을 맡아 
문화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집념과 열정, 그리고 의지. 저자 부부와 인터뷰하는 내내 그들에게서 풍겨나온 향취였다.
모쪼록 언저리가 아닌 삶의 한복판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것만은 분명한 그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에 오롯이 담기기를 희망해 본다.
 
긴 인터뷰를 끝내고 그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생각했다.
누군가의 삶을 엿본다는 것은 어쩌면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누군가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그렇게 거울 속의 자신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젓기도 하는 것이라고.
꼭 1년 전 그날의 밤하늘이 유난히 기억나는 이유이다. 

저자 사인이 담긴 책.
나는 언제쯤 자필서명한 책을 선물로 줘보나! ^^;

 

 


평화대통령 한한국

저자
이은집 지음
출판사
행복에너지 | 2012-11-11 출간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책소개
어떻게 세계를 움직였나!『평화대통령 한한국』. 조선시대 대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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