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일하게 된 출판사에서 처음으로 맡은 책은, 서예가 한한국 작가님의 《평화대통령 한한국》이었다. 저자와의 인터뷰를 위해 토요일 오전부터 출판사가 있는 화곡동에 들렀다가, 상계동에 위치한 자그마한 절로 이동해 또 다른 저자와 인터뷰를 한 후, 다시 한 작가님의 댁이 있는 김포로 향했다. 나로서는 저자들과 오랜만에 인터뷰를 하는 것이라 살짝 긴장이 되었다. 다행히도 전에 해오던 일이었기 때문에, 얼마 안 가 긴장감은 사라지고 자연스러워졌다. 학습된 습관이란 참 무섭다. 시간은 흘렀어도 내 몸이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니. 한 작가님의 집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인사동의 어느 화랑에 온 듯했다. 벽마다 크고 작은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거실을 한 바퀴 돌며 눈으로 확인하니 팸플릿으로 볼 때와는 확연히 달랐다. '세계평화작가'와 '서예회화 예술가'라는 두 가지 명칭으로 불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새로운 세계를 안다는 것은, 그것도 자신과는 다르게 살아온 사람의 인생과 예술을 통하여 새 세계를 접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특별하고 가슴 설레는 체험임에 틀림없다. <한글 세계평화지도>(5m×3m50cm) - 세계최초의 한글로 이루어진 UN세계평화지도, UN헌장 전문기록, 한글 약 4만 자. 글자를 붓으로 그리는 평화지도 서예회화라는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위는 '한한국 평화체'. 인터뷰가 시작되자 저자 부부가 낡은 노트를 한아름 들고 나왔다. 그러고 나서 지극히 상식적인 나로서는 믿지 못할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지금까지 작품을 시작할 때마다 신의 계시를 받는 꿈을 꿔왔다는 것이다. 그 꿈에 얽힌 이야기들을 빠짐없이 적어놓은 노트라고 했다. 현실적으로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 해도, 예를 들어 집을 팔거나 사채업자들한테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그 계시만을 믿고 작품을 시작하고 완성해 냈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수 설운도 씨의 생명을 구한 이야기까지. 그 어떤 소설이나 영화보다도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이었다. 이 부부의 삶과 남겨진 작품이 그 증거였으니, 사실 내가 믿든 말든 그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쯤에서 그의 투혼이 서린 20여 년의 삶을 살펴봐야갰다. 그는 1997년부터 가로 1m80cm, 세로 2m70cm 한지 위에 전국 9개의 도를 그리기 시작했고, 2003년까지 1cm 세필 붓글씨 13만8천 자의 시로 애향심와 동서화합을 담았다. 2002년에는 경기도를 시작으로 기증 투어를 나섰다. 그 후 세계로 눈을 돌려 5m미터 크기의 한지 위에 UN 헌장 전문과 199개 가입국의 문화와 역사를 4만여 한글 붓글씨에 담아 세계지도를 그리기로 결심했다. 그 성과로 2008년 4월 뉴욕에서 단독으로 1달간 세계평화 특별전을 열게 됐다. UN 본부에 기념관을 둔 22개국 각각의 대형 한글지도에 해당국 관계자는 물론 세계의 예술가들이 열광했다. 한글이 평화와 화합의 아이콘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었다. UN본부에서는 그를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작가로 인정했다. 귀국 후에는 뉴욕 특별전에 전시된 각국의 지도를 축소해서 접시모양의 도자기에 담았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UN본부 22개국에 기증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 기증 받기를 거절했다. 독도가 없는 일본 지도였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수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다가 현충일에 뜻밖의 연락을 받았는데, 일본이 수락하기로 하면서 기증증서에 싸인을 했다는 것이었다. 이는 독도가 없는 일본을 인정한 일본정부 최초의 공식 문서가 되었다. 이로써 그는 한국을 제외한 UN본부 21개국 전체로부터 세계평화지도 기증증서를 받는 신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Dokdo Korea>(6m×3m) - 한 사람 한 사람이 독도는 대한민국 땅임을 서명날인 한다는 의미로, 저자 사인이 담긴 책.
2012년 11월 11일 초판 1쇄본
<한글 세계평화지도> - 그의 작품은 독특하다. 여섯 개의 한글 서예체를 개발하여,
나는 언제쯤 자필서명한 책을 선물로 줘보나! ^^;
'[출판일기]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년의 로맨스 '춤추는 별' (2) | 2013.10.20 |
---|---|
이 많고 많은 책 중에 (10) | 2013.07.20 |
출판일기를 시작하며(下) (8) | 2013.06.04 |
출판일기를 시작하며(上) (8) | 2013.06.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