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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총총] 편지

추억의 이름으로

 

봄날의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바람이 코끝을 시리게 하는 날이다. 

그 길목에서 잠시 추억이란 이름으로 지난날을 떠올린다.

어느새! 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수많은 계절이 스쳐갔구나.

 

뜨거운 햇빛에 가슴까지 타들어 가던 여름이면 여름대로,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나뭇잎에 외로움을 띄워 보내던 가을이면 가을대로,
하얀 입김으로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던 겨울이면 겨울대로,

연둣빛 새순이 새록새록 돋아나던 봄이면 봄대로,

 

잘 있었니...  

 


 

우연히 산책길에서 널 닮은 의자를 만났다.

반들반들하게 세월의 손때가 묻어 있는.
언제고 지친 이들의 쉼터가 돼 주었을 그 의자의 이 빈자리에 눈길이 갔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생각했지. 마음속의 빈자리들에 대해.


누가 나가고 누가 들어오고 누가 제자리를 지키는지.
누군가의 마음으로는 내가 들어갔는지 나갔는지 제자리를 지켰는지.
어쩌면 사랑도 사람도 이 덧없는 들락거림의 반복인지 모르겠다.
할 수 있는 만큼 더 힘껏 애썼다면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었을지도. 
그랬다면 그들도 제자리를 지켜 주고 있었을지도. 

 

계절이 바뀌어도 서럽지 않을 때, 그때쯤에는 만날 수 있으려나.
길지 않은 인생길이건만 주거나 받는 것에 왜 그리 인색한 건지.
정작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걸려 허우적거리기나 하면서.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는다. 떠났던 이들이 돌아온다 해도.
지난 시간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 실존 인물들, 현실에서는 박제된.
그것이 추억이겠지. 벅차기도 하고 쓰리기도 한.
 
애틋하게만 느껴지던 봄날도 간다. 부디 나이가 든 만큼 넉넉해지기를.
어디서든 빈 의자가 보이면 잠시 앉아 마음 좀 붙이고 가라. 그만 두리번거리고.
보고 싶다.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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