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품질과 물량을 책임지고 있는 주인아저씨의 발걸음이 제일 분주하다.
마땅히 주차할 곳이 없어 단지를 다섯 바퀴나 돈 적도 있다. ^^
그 옆의 옆의 리본 가게로 달려가 감사 문구를 새긴 리본을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가져온다거나,
아예 처음부터 꽃바구니에 담아 포장(물론 포장은 주인아주머니 몫)까지 해서 완제품으로 판매하는 일까지.정말 바쁘다 바뻐! 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선물 품목 중 1위라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한쪽으로 상자째 판매되는 꽃들이 줄지어 있다. 이른 아침에는 두세 단씩 쌓여 있어 뒤쪽이 안 보일 정도.
위부터 칼랑코에, 장미, 행운목, 칼라. 이중 칼라(calla)의 몸값이 가장 비싸다.
여기서 잠깐, 어버이날에는 왜 하고많은 꽃 중에 카네이션을 선물할까?
어머니 속을 무던히도 썩이던 안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며,
어머니가 생전에 좋아하던 꽃인 카네이션을 무덤 앞에 갖다놓았다고 한다.
성년의날과 부부의날은 물론이고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에도 카네이션 대신 백합과 장미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아직 봉오리일 경우 꽃 색깔을 묻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쩔쩔 매는 내 곁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여유 있게 대답하신다.
"펴 봐야 알아요!"
나도풍란. 풍란은 알기 쉽게 소엽과 대엽으로 나뉘는데, 잎이 넓은 대엽 풍란에 속한 것이 나도풍란이다.
스승의 날에 단연 인기였다. 특히 꽃의 유무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났다. 풍란의 꽃은 참말로 청초하다.
하굣길에 친구 손을 꼭 잡은 채 꽃집 앞을 지나치는 꼬마아이들이 평온 그 자체다.
막판에 쟁여 놓은 물량 때문에 카네이션 재고가 남긴 했지만 올 한 해도 그럭저럭 잘 넘겼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주인아저씨와는 달리,
주인아주머니는 별 재미를 못 봤다며 한숨을 내쉬신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의 성격이 참 대조적이다.
아저씨는 말씀도 행동도 느릿느릿 여유로우신 반면 아주머니는 시원시원하고 성격도 급하시다.
두 분 다 바지런하시고 경우도 바르셔서 항상 손님들로 부쩍거리는 걸 테지만.
모처럼 한가롭던 오후였건만 고새를 못 참고 또 한 차례 소동이 벌어졌다.
상상도 못했던 꼬마 손님이 주인아저씨를 따라온 것이다. 태어난 지 열흘도 안 된 새끼 고양이였다.
어찌나 귀엽던지, 한편으론 어미와 떨어진 게 안쓰럽기도 했지만, 나는 그만 한눈에 반해 버렸다.
뜻밖에도 주인아주머니는 펄쩍 뛰셨다.
그렇지 않아도 바빠 죽겠는데 저 어린것을 어떻게 돌보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들기 전에 당장에 돌려주라고 성화시다.
정이 많아 새끼 고양이를 못 본체 할 수 없었던 아저씨도,
제대로 키우지 못할 바엔 좋은 주인 찾아주는 게 도리라는 아주머니도, 두 분 다 이해가 됐다.
(그런데 요 녀석, 이상하게도 주인아주머니에게만 찰싹 달라붙어 있다.)
이후부터 아주머니는 오시는 손님마다 데려가 키우지 않겠냐고 물어보기 시작했다.
한 나흘쯤 됐을까. 마침내 딸에게 선물하겠다고 가져가신다는 손님이 나타났다.
막상 고양이를 건네려 하니 나와 아저씨는 물론이고 아주머니까지도 서운해서 어쩔 줄을 모르신다.
눈가가 어느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말은 괄괄하게 하셔도 누구보다 정이 많고 마음 여린 분이 아주머니셨다.
고양이와 눈물의 이별식을 치르고 한 이틀이나 지났을까?
헉, 또 다른 꼬마 손님의 등장이다. 역시 주인아저씨 작품. 손바닥만한 새끼 강아지였다.
강아지 치닥거리는 결국 내 차지 아니냐며 투덜거리면서도 그다지 싫은 내색은 하지 않는 아주머니.
이렇게 해서 우리 꽃집에도 새 식구가 하나 늘게 되었던 것이다. ㅎㅎㅎ
그 새새로 참 말도 많고 탈도 많고 일도 많았던 5월이
카네이션과 함께 봄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계속-
천일홍. 꽃색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아 천일홍이라고 부른다.
달맞이꽃. 해질 무렵에 피어서 해가 뜨면 다시 시든다고 한다. 어쩜, 이름을 이리도 잘 지었을꼬.
다육식물인 불로초. 선인장과의 일종이라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된다.
일일초. 꽃은 7~9월에 흰색과 붉은색 등으로 다양하게 피는데, 매일 한 송이씩 피어 일일초라고 한다.
틸란드시아. 꽃집에서는 그냥 틸란이라고 통용된다. 분홍색 꽃대에 보라색 꽃이 녹색 잎과 대조를 이뤄 눈에 확 띄는 꽃.
꽃기린. 꽃이 솟아오른 모양이 기린을 닮았다고 하여 꽃기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빨간 꽃도 있다. 관리하기 쉬운 꽃.
달리아(dahlia).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 화려, 우아, 영화, 불안정, 감사 등등의 꽃말을 갖고 있다.
흔히 달개비라 불리는 이 꽃의 정확한 이름은 닭의장풀.
옥살리스(oxalis). 일명 사랑초. 진보랏빛이 매혹적이다.
족두리꽃. 예복 입을 때 부녀자들이 머리에 얹던 족두리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
땅해바라기. 정말 이름처럼 땅딸막하다. 꺽다리 해바라기만 보다가 이 꽃을 보니 너무너무 귀여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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