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손길] 人

마중

 

 

 

 

강 하나 건너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살도 잔잔하고 노 저을 배도 곁에 있는데 강 저편은 어둡고 멀기만 합니다.

햇살이 눈부시던 날들을 지나 안개가 끼고 비가 내립니다.

비에 젖은 마음에 독이 오르면 서늘한 외로움으로 자꾸만 두리번거립니다.


사랑을 벗어놓고 그녀가 배에 오릅니다.

건너왔던 강을 생각하며 질끈 감은 눈 위로 달빛이 비추입니다.

배에 오른 이상 강물의 흐름을 거슬러서는 안 됩니다.

흔들림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저 물살에 몸을 맡겨야 합니다.

상실감으로 휘청거려도 그녀는 또 한 번 건너올 것입니다.

가슴 가득 잔잔한 달빛 받아 그녀의 뱃길 열어 주고 싶습니다.

마음 가득 따스한 바람 받아 그녀의 야윈 등 밀어 주고 싶습니다.

지켜보는 것이 함께하는 것보다 때로는 더 힘이 든다는 걸, 그녀는 알까요.


힘겨워도 멈춤없이 노 젓던 그녀, 어느새 강 이편에 다다릅니다.

서둘러야겠습니다.

그녀가 배에서 내리기 전에 달려가야겠습니다.

수척해진 그녀 따스하게 끌어안고 이번에는 큰 소리로 말해 줘야겠습니다.

 

 

``````

어서 와! 잘 왔어! 기다리고 있었어!
혼자서 먼 길 고생했겠구나!

 

 

'[손길] 人'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4) 2013.06.06
건망증  (0) 2013.03.02
정지(情地)  (0) 2013.01.23
알뜰한 맹세  (0) 2012.10.27
용기  (0) 2012.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