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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 총총] 편지

연애편지 2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햇빛처럼 꽃보라처럼
또는 기도처럼 왔는가.

 

행복이 반짝이며 하늘에서 몰려와
날개를 거두고
꽃피는 나의 가슴에 걸려온 것을......

 

하얀 국화가 피어 있는 날

그 집의 화사함이

어쩐지 마음에 불안하였다.

그날 밤늦게, 조용히 네가
내 마음에 닿아왔다.

 

나는 불안하였다.
아주 상냥하게 네가 왔다.
마침 꿈속에서 너를 생각하고 있었다.
네가 오고 은은히, 동화에서처럼
밤이 울려 퍼졌다.

 

밤은 은으로 빛나는 옷을 입고
한 주먹의 꿈을 뿌린다.

꿈은 속속들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나는 취한다.

 

어린 아이들이 호도와
불빛으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보듯
나는 본다. 네가 밤 속을 걸으며
꽃송이 송이마다 입맞추어 주는 것을.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사랑이 어떻게 너에게로 왔는가> 전문

 

 

 

 


 

어느 날 꿈처럼 나타나 살포시 사랑 꽃씨 건네주던 그녀 얼굴 떠오르오

아, 바라고 또 바라노니 수줍어하던 그녀 모습 영원하기를.

 

거운 바윗돌 아래 깔려 신음하고 있다가

갑자기 사라진 중량감에 어쩔 줄 몰라 헤매기만 하던 나를,

그 길 한복판에 서서 지금껏 참아주고 견뎌준 그녀에게 내 진정 감사하고 있소.

 

더이상 무엇을 말하리요.

거리엔 온통 찬바람 몰아쳐도 내 마음은 언제나 꽃비 나리는 봄날 같으니.

 

초로의 길에서 잠시 쉬었다 간들 어떠리요.

그녀가 있어 그 쉼에 의미가 있고 부끄러움 또한 있는 것을.

 

눈 내리든 비 내리든 바람 불든 또 무슨 상관이겠소.

사랑 하나만으로도 천지를 둥둥 떠다닐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그녀, 제 있는데.

 

휘청이던 청춘은 지고 그 틈 비스듬히 그녀 얼굴만 바라보이오.

나는 그저 그녀의 힘겨움이 나로 인해 위안받고 나로 인해 멈추기를 바라고 싶으이다.

나는 그저 고개 젓지 아니하며 그녀 곁에 있어줄 맨 처음의 사람으로 남고 싶으이다.

 

어이, 거기 지나가는 형씨.

뒤돌아선 그녀에게 꼭 좀 전해 주구려. 가슴에는 담겼으나 입밖으로 내지 못했던.

 

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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