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마음에 와서 콕 박히는 하늘이 있습니다.
하얀 구름 몇 점이 푸른 하늘을 더 눈부시게 만들어 줍니다.
너무 깊고 푸르러서 찔끔 눈물이 다 납니다.
좀처럼 열리지 않는 문을 두드리다 이리저리 발길에 채인 돌멩이처럼 퍼렇게 멍이 든 때가 있었습니다.
하늘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지 못한 나날이었는데
그 사이에도 속절없이 계절은 바뀌고 바람의 감촉도 달라져 있네요.
가만가만 손 내밀어
살랑살랑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봄바람을 만져봅니다.
조금 살 만해졌나 봅니다.
너울거리는 나뭇잎 위로 쏟아져 내리는 늦은 봄햇살이
서늘함 아닌 가슴 벅참으로 다가오는 걸 보면요.
네, 이래서 또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봄이 떠나면 여름이 돌아오듯
하나를 잃으면 또 다른 하나를 기다리면서.
아무쪼록 우리가 기다리는 그 하나가
점점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그렇게 올곧게 뻗어나간 참된 희망과 용기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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