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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 여행/체험

욕심이 유배되는 섬, 南海 1

 

살다보면 고만고만한 눈높이와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자신이 쳐놓은 그물에 발목을 잡히는 것이지요.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길이 잘 보이지 않지만,

어쩌면 보려고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쾅 하고 부딪치기 전에 얼른 살길을 찾아야 할 텐데요.

이런저런 욕심에 겹겹이 싸여 있으니 삶이 피곤합니다.

 

스스로 갇히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지만,

뭐니뭐니해도 그중 으뜸은 여행이겠지요.
몸과 마음을 낮추고, 눈이 아닌 마음을 뜨기 위해 참으로 오랜만에 집을 나섰습니다.
더구나 남해는 '언젠가는 가고 말 테다!' 하며 투지를 불태우던 곳이었으니까요.
그 푸른 한려수도에서라면 삶의 열쇠까지는 몰라도,

엉킨 그물을 풀어줄 실마리는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자, 그럼 저와 함께 남해 유람을 떠나 볼까요.

 

 

남산 타워가 스쳐 지나갑니다. 서울의 한복판을 통과하며 바쁜 출근 시간에 여행을 떠나는 미안한 마음도 잠깐.

헤, 나는 지금 바다 보러 간다네~~~

 

 

달리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평화롭기 그지없습니다.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것과 밖에서 안을 바라보는 것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터.

 

 

드디어 네 시간 반을 숨가쁘게 달려와, 남해군으로 들어가는 관문 중 하나인 창선 삼천포 대교를 건넙니다.

 

 

아, 그리고 바.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비취색으로 물든 바다와 알록달록한 등대가 환한 얼굴로 마중을 나왔습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남해는, 3개의 유인도와 70여 개의 무인도를 아우르는 남해군을 말한다고 합니다.
이 섬에 발을 내딛었을 때의 첫 느낌을 뭐라 해야 할까요.
평온한 쓸쓸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쓸쓸한 것이 하나도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
이때부터였나 봅니다.
헛된 욕심 따윈 벗어 던져라 벗어 던져라, 따스하게 속삭여 주는 남해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게 된 것은.

 

남해에서 처음으로 찍은 동네 풍경. 무리 지어 있는 갈대와 새, 붉은 기와가 정겹습니다.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다리에 서면 마음이 설렙니다. 가끔은 제가 다리가 되고 싶음이겠지요.
붉은 아치 사이로 주렴처럼 엮어 만든 참나무 말목이 보입니다.

 

 

죽방렴 틈새로 스며든 빛살에 눈과 마음이 일시 정지됩니다. 투명함으로 눈이 부십니다, 마음이 부십니다.


 

 

물살의 반대 반향으로 참나무 말목을 갯벌에 V자 형으로 박아 만든 죽방렴 안에는,
멸치 같은 작은 물고기들이 잡힌지도 모르고 놀고 있다고 합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저 또한, 이미 잡힌지도 모르고 유유자적 놀고 있는 물고기 신세와 똑같은 건지도. ㅠ.ㅠ

 

윤이 나는 바다를 뒤로하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도착한 곳은
동화 속처럼 아름답지만 아픈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독일 마을입니다.

 

 

 

이곳은 1960년대에 광부와 간호사 등으로 독일로 떠나 조국의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한국인들이
노후에 돌아와 정착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그 길 한켠에 서서 그분들의 행복을 빌며 정중히 고개를 숙입니다.

그분들의 청춘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그리하여 지금, 여기,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임을.

 

 

버스에서 우연히 알게 된 어르신 두 분의 뒷모습이 아름답습니다. 40년 지기라시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저 멀리 보이는 등대처럼 서로의 삶에 신의의 빛을 밝혀 주시는 두 분, 부럽사옵니다! 존경하옵니다!! 늘 건강하시옵소서!!!

 

독일 마을의 처연한 아름다움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나니
이번에는 유년의 추억이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폐교를 너무나 정성껏 개조한 해오름 예술촌이 그 주인공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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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 / 마을

주소
경남 남해군 삼동면 물건리 1074-2번지
전화
1
설명
1960년대 어려운 시기에 조국근대화와 경제발전에 헌신한 독일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