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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의 곳간] 리뷰

[책/수필] 인생은 지나간다 - 구효서

우리 곁에 널려 있는, 많은 사소한 사물들. 그러나 그것들은 결코 만만치가 않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포괄하는 중층적 정보들로 가득 차 있을 뿐더러,
생명과 존재가 연출하는 '삶'의 충실한 반영자며 증거물이다.
사물들에게서 느껴지는 어머니의 숨결은 결코 옛것이거나 흔적으로서가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내 삶을 여전히 충동하고 위로하며 고양하는 실재다.
모든 게 귀하고, 소중할 뿐이다.

 

기억이라는 것도 그렇다. 기억은 색깔과 소리와 냄새도 없이
깊고 어두운 두뇌 한 귀퉁이에 한 장의 흑백사진처럼 저장되어 있을 뿐이다.
그것을 밝은 빛 아래로 꺼내어 놓아야만 비로소 색깔과 소리와 냄새가 서서히 재생되는데,
이처럼 어떤 기억을 떠올리는 행위를 추억이라 한다."

 

- 구효서의 <인생은 지나간다> 中

 

 


 

추억의 사물들(물동이, 양변기, 텔레비전, 세고비아 음반, 거울, 의자, 자동차, 주전자, 연필,
시계, 책, 젓가락, 전화, 종이, 라디오, 책상, 담배, 도시락, 사진, 주걱)과
저자의 유년시절 혹은 젊은 시절의 추억들을 풀어놓고 있다.

 

"주변의 사소한 많은 사물들은 우리가 건너는 인생이라는 물살 위에 놓인 징검다리다."
라고 저자는 말한다. 공감한다.

 

사물마다 사진을 삽입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킬 사건들을 매개로, 그다지 무겁지 않게 써내려간 작품이다.
구효서는 문장을 잘 쓸 줄 아는 몇 안 되는 작가다.
최근작을 몇 권 더 읽어야겠다.

 

인생은 지나간다
<구효서> 저
마음산책
2002년09월
7,500원 → 6,38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