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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 我

체념과 오기

 

가까스로 가슴을 뚫고 기어나오는 한숨

늦은 새벽 초침 소리에 묻혀 허공을 떠돈다

툭툭 끊어지는 얼굴들 사이로 비릿한 체념이 고개를 끄덕이고

어둠으로 발효된 외로움이 누런 가로등 아래서 고개를 젓는다


달빛 평화가 흩어지면

차례로 고개 드는 서글픔에

술잔과 건배를 하고

또 한 번 망각의 강을 건너 끝도 없이 추락한다


 

 

 

막대기 하나 주워 들고
등 떠미는 얼굴들 사이로 기어나오는 한숨 틀어막고
허리를 꺾어 두 발로 중심을 잡은 채 동그란 원의 첫 시작을 그린다
'(내 오른팔 길이 + 내 마음 길이) × 2'를 원지름으로 한다

 

끝도 시작도 알 수 없는 원의 한가운데 서서

탈탈 손털고 마침표를 찍는다

넘어가면 죽는다 넘어와도 죽는다

선 안의 것을 내던지려면 잠시 숨죽이고 선 밖으로 냉큼 나가면 그뿐


어느새 비겁함과 악수를 나눈 왼손이

덜컥 뒷덜미를 잡아채니

번번이 당하기만 하는 건

못난 체념 때문인가 잘난 오기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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