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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生

퇴근

 

 

 

그것은 무심결에 사람의 발에 밟힌 지렁이의 형상이었다.

 

무심한 살기에 대항하듯 죽기살기로의 꿈틀거림
무심함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한 필사의 몸부림
하찮은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별안간의 비명

 

더 이른 종말을 초래할 뿐인 것을
보지도 듣지도 않는 이들이 한 번 더 밟고 지나갈 터인데
무심코 혹은 부러

 

마침내 정지된 꿈틀거림

 

지렁이여
원통한 지렁이여
무심한 짓밟힘에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렇게 해체되어 갈 것을

 

조직이라는 비좁은 방에 갇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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