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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길] 生

배경 화면

 

 

 

배경 화면을 바꿨다.

언젠가부터 한번도 듣지 않던 밝고 경쾌한 음악이 귀에 달라붙는 것처럼

배경 화면도 새로운 분위기로 바꿔 봤다.

생경하지만, 한번도 눈길을 주지 않던 정경이지만

그래서 더 많은 걸 느낄 수도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그러나 노트북을 켤 때마다 낯선 배경이 힐끔거린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괜찮아, 괜찮아, 한다.

왜 이리 익숙해지지 않는 걸까.

나이가 들수록 겁이 점점 많아진다.

독해지지도 강해지지도 않으면서 불평거리만 늘어간다.

 

노을 지는 저녁 나절의 배경 화면이 평온함보다 가슴 저림으로 다가오는 건
짙어지는 어둠 위로 생채기처럼 떠 있는 저 달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우리네 인생과 닮아 있기 때문일까.
대체 사람의 마음 달은 언제쯤에야 꽉 채워지려는지.
그러나 탄식 속에도 길은 있나니 다시 밝아 온 새날에 절대 기죽지 말지어다.

 

삶 속에서 만나게 되는 낯설거나 혹은 낯익은 배경 화면은 문젯거리가 아닌 건지도.
배경 화면을 아무리 바꾼다 한들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랴.
제자리에서 발밑만 보느라 머리 위를 놓치는 어리석음과는 작별을 고할 때가 됐다.
관대함과 편협함을 덧없이 오가더라도 한 가지만은 반드시 기억해야 하리니.
자신이 지금, 왜, 이곳에, 발을 딛고 서 있는지를.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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