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릅뜬 눈 사이로 정적이 찾아들고
나는 또 한 번 암전된다.
밝을 때는 그리도 보이지 않던 틈새가
어둠 속에서는 미세한 균열까지 포착된다.
틈을 메우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
더 튼튼한 城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른 척하기 싫어서이고 모른 척할 수 없어서이다.
조금씩 조금씩 틈을 메울 수 있으리라.
시간과 애정을 저울질하며 첫 번째 틈을 메우고
끈기와 의지를 버리지 않으며 두 번째 틈을 메우고
추억과 배려를 간추리며 세 번째 틈을 메우고
그렇게 네 번째 다섯 번째를 메우다가
다시 갈라진 첫 번째 틈을 발견하고
다시 망설이고 다시 마음 잡고.
끝도 시작도 없는 원만 그리며 살다가 문득문득
메우는 틈보다 갈라지는 틈이 더 많다는 걸 확인하면
시큰해 오는 콧날도 애써 모른 척하고
그 모른 척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
첫 번째 틈에서부터 또다시 출발...
그리하면 나갈 수 있으려나,
희망을 놓지 않은
틈이 사라진 틈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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