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길] 我

틈이 사라진 틈새로

 

부릅뜬 눈 사이로 정적이 찾아들고
나는 또 한 번 암전된다.

밝을 때는 그리도 보이지 않던 틈새가
어둠 속에서는 미세한 균열까지 포착된다.

틈을 메우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
더 튼튼한 城을 쌓기 위해서가 아니다.
모른 척하기 싫어서이고 모른 척할 수 없어서이다.
조금씩 조금씩 틈을 메울 수 있으리라.

시간과 애정을 저울질하며 첫 번째 틈을 메우고
끈기와 의지를 버리지 않으며 두 번째 틈을 메우고
추억과 배려를 간추리며 세 번째 틈을 메우고
그렇게 네 번째 다섯 번째를 메우다가
다시 갈라진 첫 번째 틈을 발견하고
다시 망설이고 다시 마음 잡고.

끝도 시작도 없는 원만 그리며 살다가 문득문득
메우는 틈보다 갈라지는 틈이 더 많다는 걸 확인하면
시큰해 오는 콧날도 애써 모른 척하고
그 모른 척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
첫 번째 틈에서부터 또다시 출발...
그리하면 나갈 수 있으려나,

희망을 놓지 않은
틈이 사라진 틈새로.

 

 

 

'[마음길] 我'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원만!  (0) 2012.11.28
요리 보고 조리 봐도  (0) 2012.11.20
11월  (0) 2012.11.12
각자의 재량(裁量)  (0) 2012.11.09
해장  (4) 2012.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