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을 내쉰다.
한숨과 체념은 동의어다.
하늘도 나무도 심지어 태양까지도 잿빛이다.
일상에서 만나는 어떤 정경에도 가슴이 틔지 않는다.
시선이 늘 멀리 가 있다.
가까이에 있는 것들은 눈만 흘긴다.
모르쇠로 마음에 박인 굳은살이 자꾸 아프다, 따끔거린다.
굳은 마음을 털고 일어나 보드라운 눈길로만 사람과 세상을 바라볼 순 없을까.
막연한 시간을 꿈꾸는 대신 마주한 오늘을 내일로 미루지 않으면 그때쯤 가능해질까.
굳세게 맹세했던 약속은 속절없이 깨지고 가까스로 틀어막았던 한숨은 습관처럼 새어 나온다.
너무 힘을 줬더니 그만 힘이 더 빠져 버렸다.
참 헛헛한 오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