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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 我

열쇠가 있었다면, 그때...

 

 

 

접두사 無의 나날.

無의미. 無절제. 無감각...

연속되는 물음표의 나날.

왜? 무엇 때문에? 어떻게?...

고립되어 있다. 격리되어 있다.

세상이. 내가.


회복되기 힘든 건 아닌가.

이미 시효를 훨씬 넘겨 버린 건 아닌가.

생각은 무수히 쏟아져 들어오는데

아무 곳에도 발산하지 못하는

청춘이라는 사슬에 꽁꽁 묶여

발버둥 아닌 발버둥을 치고.


일상의 노예,

외로움마저 도망가 버리고

그리움마저 외면해 버린

서러운 봄날,

휘청이는 다리로

어디를 향해 가는가.


낱낱이 부서지고

머리조차 가누기 힘겨운

그런 봄날에,

슬픔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고

체념도 아닌


뜨거운 불덩이가 간혹

목구멍으로 치밀어 올라와도

변함 없는 세상과

더 변함 없는 내가 합작으로

시간이 타살되게

방치하고 있다.


이 사이로 새 나오는

빌.어.먹.을.이란

네 음절 속에

내 길지 않을

젊은 날의 하루가

퇴색해 간다.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

헤드라이트를 켠 채

어디론가 질주해 가는

사람. 사람들.

여전히

숨이 차다. 숨이.


-199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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