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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의 곳간] 리뷰

[영화] 노스바스의 추억 - 로버트 벤튼 감독

<노스바스의 추억(Nobody's Fool, 1994)>

 

오래 전 이 영화를 봤을 때의 따뜻한 감동을 잊을 수 없다.

온통 하얀 눈으로 덮여 있는 노스바스라는 작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다.

각자 다른 모습으로 인생을 살아가지만 때로는 다툼과 미움을 통해, 때로는 연민과 사랑을 통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옳고 그름의 잣대를 자신만의 한정된 시야에 맞추는 것이 아닌,

더 멀리 더 깊이 삶 전체에 맞추어야 한다는 누군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영화를 보는 내내 귓가에서 맴돌았다.

인생의 변두리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더 존경스럽게 다가온 이유다.

 

폴 뉴먼과 제시카 탠디, 브루스 윌리스와 멜라니 그리피스, 젠 삭스와 프러이트 테일러 빈스.

그들의 편안하면서도 잔잔한 연기가 앙상블을 이루어 영화의 격을 한층 높였다.

겨울님 가시는 날, 불현듯 쓸쓸함과 덧없음이 쳐들어올 때 보면 딱 좋을 영화다.

 

 

 

 

 

 

* 줄거리

 

설리(폴 뉴먼 분)는 노스바스에서 알아주는 괴짜다.

환갑의 나이에 건축현장에서 날품팔이 노무자로 일하고 있는 그는,

중학교 시절 자신의 담임 선생님이었던 베릴 여사( 제시카 탠디 분)의 집에서 하숙을 하고있는 신세다.

그는 젊어서 결혼한 지 얼마 안돼 생후 일년된 아들과 아내를 내버려두고 집을 나갔다. 그러곤 다시 가족을 찾지도 돌보지도 미안해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내일은 없다. 그냥 하루 하루 그만의 재미를 찾으며 산다. 그렇다고 특별히 방탕하거나 무책임한 것도 아니다.

다만 세상의 기준으로 볼 땐 책임없는 가장임에 틀림없지만, 그렇게 공사장 기술자로 일하며 평생을 바람처럼 산다.

그것도 전처와 같은 동네에서 얼굴 마주치지 않고, 불편하지도 않고, 가진 것 없음에 초조해 하지 않으며 산다.

그렇게 바람처럼 살길 60년, 그도 이제 노인의 문턱을 넘어선다.

그는 한번도 재판에서 이겨본 적 없는 돌팔이 변호사 월프(젠 삭스 분)와 함께 별 소득도 없는 소송을 일삼고

백치나 다름없는 러브(프러이트 테일러 빈스 분)를 가장 친한 친구로 삼는 등 다양한 괴짜 행각을 벌인다.

그런 설리와 가장 마음이 통하는 상대는 섹시한 토비(멜라니 그리피스 분).

설리는 아직도 젊은 여자들에게 매력적인 남자라는 환상에 빠져 언젠간 토비를 유혹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

그러나 그녀는 유부녀였고, 자신을 가끔식이나 고용해주는 팁 건설 회사의 깐깐한 소장 칼(브루스 윌리스 분)의 부인이었다.

그해 추수감사절, 베릴 여사는 마을 부근에 거대한 테마 파크를 건설해 경기를 부양시키는 황당한 꿈을 꾸는 아들과의 관계가 갈 수록 악화된다.

설리는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러 온 아들 피터(다이란 월쉬 분)와 오랜만에 만나게 되고 그 곁에는 두 손자도 있다.

몇년만에 고향을 찾아온 설리의 아들 피터는 오자마자 아내가 떠나가 버린다.

그러나 인생의 막다른 지경에 이르러도 괴짜 설리는 일생을 버텨온 대책없는 낙천성, 유머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의 마지막 기회란 잃어버렸던 가족-손자와 아들-에 대한 되찾은 사랑이었다.

그리고 잔소리 많은 할머니 베릴 여사, 끊임없이 여자들과 놀아나는 칼, 저능아에 가까운 러브,

그들이 함께 살아가는 노스바스라는 따뜻한 고향에 대한 사랑이었다.

 

 

 

 


노스바스의 추억 (1995)

Nobody's Fool
9
감독
로버트 벤튼
출연
폴 뉴먼, 제이 패터슨, 필립 보스코, 알렉산더 굿윈, 칼 J. 마투소비치
정보
드라마 | 미국 | 110 분 | 1995-05-13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