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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의 곳간] 리뷰

[책/詩] 별 - 김영승

 

 


 

  약속을 했다.
  지하철을 타러 갔다.
  몸도 마음도 추운 날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스크린 도어가 신기했다.
  유리문에 詩가 새겨져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구경을 했다.
  조금씩 기분이 좋아졌다.
  제일 마음에 드는 시 앞에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시집 제목을 보자 코끝이 찡해졌다. <취객의 꿈>.
  지하철이 왔다.
  맨정신인 내가 타지 않았다.
  대신 입속말로 시를 따라 읽었다.


    우리는 이젠

    그동안 우리가 썼던 말들을

    쓰지 않을지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

    외롭다는 말


    그리고

    그립다는 말.


    밤이면 기관포처럼

    내 머리로 쏟아지는

    별.


  아! 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사랑으로 외로움으로 그리움으로
  제 몸을 빛내던 별이
  우수수 우수수
  내 몸을 관통하고 사라졌다.
  순식간에 공식 하나가 완성됐다.
  사랑 + 외로움 + 그리움 = 별
  슬펐지만 따스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내 꼭 술 한잔 하고 돌아가는 길에
  꼭꼭 숨어 버린 밤하늘의 별님 찾아서
  큰 소리로 큰 소리로 외쳐주리라.
  사랑했노라, 외로웠노라, 그리웠노라.



취객의 꿈(청하시선 51)

저자
김영승 지음
출판사
청하 | 1988-08-01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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