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했다.
지하철을 타러 갔다.
몸도 마음도 추운 날이었다.
사람이 별로 없었다.
스크린 도어가 신기했다.
유리문에 詩가 새겨져 있었다.
천천히 걸어가며 구경을 했다.
조금씩 기분이 좋아졌다.
제일 마음에 드는 시 앞에서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시집 제목을 보자 코끝이 찡해졌다. <취객의 꿈>.
지하철이 왔다.
맨정신인 내가 타지 않았다.
대신 입속말로 시를 따라 읽었다.
우리는 이젠
그동안 우리가 썼던 말들을
쓰지 않을지 모른다.
사랑한다는 말
외롭다는 말
그리고
그립다는 말.
밤이면 기관포처럼
내 머리로 쏟아지는
별.
아! 하고 감탄사가 나왔다.
사랑으로 외로움으로 그리움으로
제 몸을 빛내던 별이
우수수 우수수
내 몸을 관통하고 사라졌다.
순식간에 공식 하나가 완성됐다.
사랑 + 외로움 + 그리움 = 별
슬펐지만 따스했다.
그래서 다짐했다.
내 꼭 술 한잔 하고 돌아가는 길에
꼭꼭 숨어 버린 밤하늘의 별님 찾아서
큰 소리로 큰 소리로 외쳐주리라.
사랑했노라, 외로웠노라, 그리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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