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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 我

불면증

 

 

몸은 천근 같아도 정신이 깨어 있으니 잠이 들 수가 없다.

쪽잠이라도 자 볼 요량으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덩달아 마음까지 뒤척인다.

꿈도 없이 푹 잤던 기억이 너무 멀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뒹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찐하게 커피 한잔 더 마셔야겠다. 블랙으루다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향에 문득 옛날이 떠오른다.

자면 안돼! 하면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시험 전날의 내 모습이.

당일치기로라도 공부는 해야겠는데 염치없는 잠이 쳐들어와 눈이 자꾸만 감기던.

그때는 한잠 늘어지게 자는 것만이 소원이지 않았던가.

불면증이라니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쓴 커피를 한 모금 천천히 넘긴다.

가슴까지 씁쓰레지는 건 커피 때문이 아니라

아, 그새 이렇게 늙었구나 하는 덧없음 때문이겠지.

나이가 들면 잠이 없어진다더니 나도 이제 그 나이가 된 거로구나 하는 새삼스런 확인과 함께.

허허거리며 다시 자리에 누웠다.

 

그래 그거다. 억지로 자려고 말똥거리는 눈을 감으려고만 할 게 아니라 그 반대로 해보자.

눈을 더 크게 뜨고 잠들고 싶어도 잘 수 없었던 시험 전날을 떠올리는 거다.

그렇다고 너무 눈에 힘주지는 말고. 실핏줄이라도 터지면 큰일일 터이니.

늙고 병들었으니 스스로라도 살살 다뤄줘야 버틸 수 있다.

더럽고 치사해도 어쩌겠는가.

짧고 굵게 사는 것은 이미 물 건너 갔으니 가늘고 길게라도 살아남아야지.

 

온다, 온다, 소식이 온다.

힘주고 있던 눈이 피로해지면서 천리 밖에 있던 잠이 살금살금 다가든다.

고로 나는 이제 잔다, 잔다,, 잔다,,,

......................

 

으이그, 여보게!

쓰던 것 멈추시고 노트북부터 끄시게나!

......................

......................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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