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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 我

신호등 밑에서 눈을 감다

  그리움이 떠도는 거리. 
  저만치 푸른 빛의 사그라짐을 건너다본다.  
  이윽고 나타난 붉은 빛 아래 외로움이 질주를 시작하고,
  띄엄띄엄 꼬리를 무는 허망함에 발길을 멈춘다.

 

  저려오는 발끝 엄지발가락,

  휘어진 발톱의 비명을 들으며 내달린 거리.

  턱하니 버티고 서서 시비를 걸어온다.

  네 외로움은 외로움이 아닐지니.

 

  명멸하는 붉은 빛 사이로 샛노란 서러움 북받치고.

  어쩌다 여기 서 있는가,

  스쳐가는 인연들이 저만큼 앞서갈 때 꽁무니조차 따라붙지 못하고.

  앞을 가로지르며 내달리는 무심한 생 앞에서 고개조차 들지 못하는.

 

 

 

 

  깜·박·깜·박

  발끝에 매달린 자존심이 재촉을 하면,

  성글게 떠돌던 그리움에 등이 밀린다.

  또 다른 그리움이 대기하고 있는 새 건널목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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