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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길] 我

애별(哀別)

 

 

슬픔이 잦아든다.

속도가 예상 외로 빠르다.
부조리하다. 나는 더 오래, 더 깊이, 슬퍼해야 한다.
13년 3개월이었다.
그 시간 동안 언제나 발끝에 매달려 묵묵히 나를 지키고 있었다.
시간적, 공간적, 정신적 상실의 무게만큼 13년 3개월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공허함이라고? 공허라는 말 자체가 사치다.

집착이라고? 이 말 또한 부적절하다.

비통이라고? 어떤 말로도 이 상실감을 대체할 수는 없다.

아무하고도 나누지 못했던 내 절망, 내 슬픔, 내 외로움, 내 자괴감, 내 상처...

이 모든 것을 그 크고 검은 눈을 끔벅거리며 말없이 지켜봐 주었다.

단 한시도 한눈팔지 않고. 

 

이별은 준비한다고 해서 그 충격이 덜해지지 않는다.
자, 어쩌면 좋으냐? 
밤이 깊어 날은 어두웠는데 너는 없다.
따뜻한 불빛은 일순간에 사라져 버렸고, 
고만고만한 불행과 행복의 언저리에서 우왕좌왕하는 그림자만 보일 뿐.
이 화창한 봄날에 자, 나는 어쩌란 말이냐?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의 불분명한 경계 속에서도 잃지 않고 품어야 할 몇몇.
긍정! 끈기! 희망! 의연함!  이것이 살아야 할 이유더냐? 
이렇게 별 수 없이 시간과 타협하고 추억과 타협한 채로, 망각이란 배를 타고 흘러가야 하는 것이더냐? 
부정과 분노를 건너뛰고 이제는 그 다음 단계인 우울과 수용만 남은 것이더냐? 
참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이렇게 빨리 눈물이 마를 수는 없다. 
어처구니없는 딱 그만큼, 내 슬픔은 가짜였나 보다. 

 

그렇지만 부디 나와 함께여서 너 행복했기를.
나는 나는  정말로 행복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을 만큼 네가  보고 싶고 네가 그립다
.
사는 내내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그 포근했던 체온을 한 번만이라도 더 느끼고 싶다.

조금만 기다려라.  이번에는 내가 쫄랑쫄랑 네 뒤를 따라갈 차례이니. 
오늘에 눈 흘기지 않으며, 우리 다시 환한 미소로 만나게 될 그날까지.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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