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음길] 我

흔들림에 대하여

 

 

 

 

 

엉덩이를 바닥에 붙이고 등과 목이 일직선이 되게 꼿꼿이 편 다음 벽에 닿게 앉아 보았다.

서늘했던 벽의 감촉이 등을 통해 가슴으로 투시(透視)된다. 저 밖 세상의 서늘함까지도.

일시정지.

눈만 끔벅거리며 시선의 수평을 이루고 정면을 바라본다.

손이 문제다. 모아쥐어도 보고 바닥에 짚어보기도 하고 팔짱을 껴보기도 한다.

팔짱을 끼는 것. 그게 제일 익숙하다.

시간이 조금밖에 안 흘렀는데도 ㄴ字의 자세가 자꾸 흐트러진다.

머리와 등과 엉덩이가 자유를 향해 소리친다.

일순 살금살금 다가와 어깨를 툭툭 치던 박약(薄弱)이란 놈에게 통째로 잡아먹힌다.

정면에 얹혀 있던 시선이 사라졌다. 초점 잃은 눈동자.

사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참을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믿을 만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어디에도 없다. 시선을 잃은 순간부터 흔들림을 감지했다.

처음부터 다시.

엉덩이 붙이고 등 세우고 고개 들고, 하나 둘 셋.


'[마음길] 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숨바꼭질 1  (0) 2012.10.17
쉬는 시간  (0) 2012.10.12
해후  (0) 2012.10.04
성(城)  (0) 2012.09.26
불면증  (0) 2012.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