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심(盡心) 가을이 깊어갑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교차로 한켠에 서서 마음 먹먹해 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렇게 떠나간 사람들을 마음 시리게 그리워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그게 다 언제적 얘긴가 싶습니다. 몇 안 되는 가까운 사람들에게서도 환멸을 느끼던 때가 있었습니다. 살면서 뭐 새삼스런 환멸도 아니었지만, 그때는 이래저래 힘들었던 시절이라 더 큰 무게로 다가왔었지요. 결국은 오롯이 '혼자'일 수밖에 없겠구나 하는 사실이 말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 반, 이럴 수밖에 없냐는 분노 반. 그 둘이 매일매일을 싸우면서, 그렇게 몇 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분노는 사그라들고 체념이 더 크게 자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결국 저 자신조차 체념하고 산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거기에 말도 안 되는 '평화'라는 옷.. 더보기
불면증 몸은 천근 같아도 정신이 깨어 있으니 잠이 들 수가 없다. 쪽잠이라도 자 볼 요량으로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덩달아 마음까지 뒤척인다.꿈도 없이 푹 잤던 기억이 너무 멀다.이불을 뒤집어쓰고 뒹굴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이에는 이, 눈에는 눈. 찐하게 커피 한잔 더 마셔야겠다. 블랙으루다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향에 문득 옛날이 떠오른다.자면 안돼! 하면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시험 전날의 내 모습이. 당일치기로라도 공부는 해야겠는데 염치없는 잠이 쳐들어와 눈이 자꾸만 감기던.그때는 한잠 늘어지게 자는 것만이 소원이지 않았던가. 불면증이라니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쓴 커피를 한 모금 천천히 넘긴다.가슴까지 씁쓰레지는 건 커피 때문이 아니라 아, 그새 이렇게 늙었구나 하는 덧없음 때문이겠.. 더보기
자유 눈이 아니라 마음을 떠라. 갇혀 있던 자유가 보일 것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