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올해도 수고 많았다!
개나리, 목련, 벚꽃, 라일락, 철쭉, 민들레에게 그러니까 말이지, 너희들을 만난 게 언제냐 하면, 띵까띵까 서너 달은 족히 놀았을 겨울이란 놈이 마지막 심술을 부릴 때였어. 여린 봄 햇살이 맥을 못 출 때였지. 꽁꽁 언 마음이 채 녹지 않은 그때, 수줍게 고개 내민 너희들과 눈이 딱 마주친 거야. 얼마나 반갑고, 기쁘고, 마음이 놓이던지. 한편으론 너희들이 뚫고 지나왔을 세찬 바람과 모진 추위와 잔인한 허기를 생각하니, 얼마나 코끝이 찡하던지. 게다가 겨우내 배부르고 등 따습게 놀고먹었던 나 자신과 비교하자니, 얼마나 또 부끄럽던지. 기억나니? 너희 앞에서, 모처럼 곤하게 든 잠을 깨우는 건 아닌가 싶어 말 한마디 못 붙이고 조심조심 뒷걸음치던 사람 있잖아? 헤헤, 그게 바로 나란다. 그리고 말이지, ..
더보기